
6편.기억과 이해, 그리고 삼각형의 넓이
- 우리나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기억하고 있는가’를 조사해보면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성인들은 삼각형의 넓이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
이해하면서 기억한 것은 오래 가는 법이기에 기억과 이해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즉, 어떤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충분할수록 장기기억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반면, 어떤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장기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심한 충격을 받은 사건이나 여러 번 반복 학습한 결과 등이 속한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대부분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충분한 이해를 통한 기억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자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결과일 것이다.
- 초등 5학년 교과서에서는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어떻게 가르칠까?
- 일반적으로 교과서에서 삼각형의 넓이를 가르칠 때, 귀납적인 수치로 공식을 예측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래의 그림을 살펴보자. 교과서에서는 모눈종이에 삼각형 세 개를 제시하고 밑변과 높이, 그리고 넓이를 각각 구한 표를 작성하게 한다. 모눈종이의 눈금을 세면 삼각형 ‘가’는 밑변이 6m, 높이는 3m, 넓이는 9m²임을 구할 수 있고, 6과 3으로 9를 만들려면 6X3÷2라는 계산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나머지 두 삼각형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은 (밑변)×(높이)÷2가 됨을 지도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밑변)×(높이)가 사각형, 특히 평행사변형의 넓이라는 연결성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또한, 2로 나눠야 하는 나눗셈 또는 ½을 곱하는 분수의 개념과도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학에서 중요시하는 논리적인 구성이라고 보기에는 곤란하다. - 새로운 개념을 직관적으로 지도한다면?
-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수학 교육 과정은 직관을 중시한다는 교육철학을 담고 있다. 이에, 필자는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새로운 개념을 가르칠 때 직관을 사용하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개념으로부터 유도되거나 파생되는 개념마저 마치 새로운 공식처럼 직관적으로 지도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개념에서 분리된 채 직관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학습 부담을 안게 된다.
-
여기서 잠깐!
2로 나누는 개념이나 ½을 곱하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 정리하기
2로 나누는 것이나 ½을 곱하는 것은 결국 같은 계산이다. 나눗셈에서 몫의 개념을 적용하면 그 결과는 분수와 같다. 분수의 개념만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래의 참고 이미지는 초등학교 3학년 수학 교과서 내용 중 일부이다.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 (밑변)×(높이)÷2를 두 단계로 분리하면 ① (밑변)×(높이) ② ÷2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2로 나누는 이유부터 생각해보자.나눗셈이나 분수의 정의는 ‘똑같이’ 나눈다는 의미이다. 나눗셈의 정의나 분수의 정의는 나누는 것이나 분수를 쓸 때 ‘똑같이’ 나누는 것을 개념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2로 나누는 것은 단순히 두 개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크기로 쪼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쪼개는 대상인 ①은 똑같이 쪼개지는 사각형, 다시 말하면 사각형에 대각선을 그어 얻어지는 두 삼각형은 그 넓이가 같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임의의 사각형은 대각선으로 쪼갰을 때 그 넓이가 항상 같아지지 않으므로 여기서 쪼갤 수 있는 사각형은 그 대상이 많지 않다.
사각형 중 쪼갰을 때 넓이가 똑같은 두 삼각형이 만들어지는 것은 정사각형, 직사각형, 마름모, 그리고 평행사변형, 이렇게 4가지가 있다. 따라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은 이들 4개의 사각형을 쪼갰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
여기서 잠깐!
(밑변)×(높이)로 그 넓이를 구하는 사각형은 평행사변형임을 염두에 두기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것은 (밑변)×(높이)로 그 넓이를 구하는 사각형은 평행사변형이라는 점이다. 왜 4가지 사각형 중 평행사변형을 쪼개서 삼각형을 만들었을까? 이런 호기심 어린 의문을 품는 5학년 학생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 질문에 정확히 답을 하는 것은 교육과정으로 볼 때 중2에 해당하지만, 고민은 5학년에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중2에 가서 사각형의 성질을 배울 때 정사각형, 직사각형, 마름모의 성질은 조금만 배우고 평행사변형은 너무나 많아서 지루할 정도로 배우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중2에 가면 이들 네 사각형의 관계를 배우게 되는데 평행사변형이 나머지 세 사각형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
- 반복적인 암기보다 이해가 중요하다!
- 앞서 안내한 내용에 대해 이해가 없어도 삼각형의 넓이를 구할 수는 있지만, 넓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 특히 고등학교에서 다루게 될 적분 개념의 기초가 초등 수학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향후, 적분의 이해를 위해 초등 수학 교육에서 삼각형의 넓이를 그냥 반복적인 암기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