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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철
[수포자 방지 프로젝트] 초등 1학년 수학의 시작: 수 세기
2019.02.01
조회수 : 3062

 

 

초등 1학년 학부모님들께 (2)

초등 1학년 수학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바로 덧셈, 뺄셈! 그렇죠. '그게 1학년 수학의 다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부모님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학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덧셈과 뺄셈 그 자체는 아니에요. 연산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는 잘 되어있는지 그것부터 말씀드릴까 해요.

 

특히 수 세기에 집중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1) 수 세기

연산의 발달 단계는 아래 그림처럼 표시해요.  


위 그래프에 따르자면 연산의 기본 중의 기본은 수세기에요. 기억에 의한 연산이 연산의 끝판왕이죠.

11 × 11 =121, 12 × 12 = 144 이렇게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걸 기억에 의한 연산이라고 합니다.

 

수세기는 사실 어려워요. 예를 들어볼까요? 

 

세 살 반 아이가 여덟 개의 물건을 세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여덟, 열, 열하나, 아냐 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열하나, 아냐 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열하나,

(마침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열하나, 휴" 

 

아마 누구나 다 한 번씩은 겪어 보셨을 겁니다. 맞아, 우리 집 애도 그랬어 이런 말씀이 여기서도 다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셀 때가 아마 한 4~5살 정도 아니었을까요?

초등학교는 8살에 들어가죠. 고작 3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요.

 

'에이, 우리집 애는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100까지는 완벽하게 셌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부모님 계신가요? 그렇게 자신이 있으시면 '페이지 찾기 게임' 한 번 해보세요. 아주 간단한 게임이에요.

아무 책이나 한 권 아이에게 주고 100페이지 이내의 페이지를 불러서 빨리 찾도록 하는 게임이죠. 생각보다 잘 찾지 못할 겁니다. 

 

수세기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자, 내가 부르는 수 다음을 세는 거야. 73.” 이런 식으로 물어봐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수를 셀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100까지의 수를 단순히 외우고 있다면 이런 식의 세기는 따라 하기 어렵거든요. 아래 그림과 같은 표를 이용해도 아이의 수세기 능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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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제가 지난 칼럼에서 아이들 머릿 속 자에 대해 말씀드렸죠.

수나 수를 지칭하는 말을 배우는 것은 그 자의 눈금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과정은 어렵습니다.

단순히 붙이는 걸로 끝나지 않으니까요. 그 자를 이용해서 이제는 소위 연산이란 걸 해야 하는데 눈금에 붙은 이름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산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초등 문제집에서는 다음과 같은 수세기 문제들이 나와요.

 

○ 미라는 다음과 같이 수를 뛰어 세기 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253에서 5번 뛰어 세기 한 수를 구하시오. 

120 - 220 - 320 - ····

 

정말 어렵죠. 이건 2학년 1학기용 문제집에 나오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수세기에 대한 기본이 튼튼하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습니다. 놀이 식으로 접근하고자 하시는 분들이라면 뛰어 세기 놀이를 추천합니다. 다음처럼 말입니다. 단, 정말 놀이로서만 하세요. 강요하지는 마세요.  

 

2씩 뛰기: 2, 4, 6, 8, 10, 12, 14, 16, 18, 20, 22, 24.......
3씩 뛰기: 3, 6, 9, 12, 15, 18, 21, 24.....
특정 지점에서 2씩 뛰기: 66, 68, 70, 72, 74.....
특정 지점에서 4씩 뛰기: 56, 60, 64, 68....

 

어떠신가요? 수세기 그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아이의 수에 대한 감각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수세기만 잘하면 구구단은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될 겁니다. 위의 2씩 뛰기, 혹은 3씩 뛰기가 바로 그거죠. 이건 수열의 기본이기도 해요. 초등 문제집에는 고등학교에서나 다룸직한 수열문제도 종종 나오는데 (정말 나쁜 사람들이죠) 그런 문제도 수세기가 기본입니다.

수세기를 하면 나눗셈도 가능해요. 아래 문제를 보시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아래의 별을 세 개씩 묶으면 전부 몇 개고 몇 묶음 나올까요? 

(★★★) (★★★) (★★★) (★★★) ★★ 

 

묶어 세기죠. 이건 바로 곱셈이자 나눗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를 세면 곱셈과 나눗셈을 동시에 익히는 겁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여섯 살일 때 “두 개씩 묶어서 세 묶음이면 모두 몇 개야?” 라고 물었더니 “여섯 개”라고 금방 대답해서 깜짝 놀란 적 있었습니다. 구구단을 외운 적도 없고 덧셈도 빠른 아이가 아니었거든요.

 

주위를 둘러보면 묶음 혹은 쌍으로 있는 물건들이 많아요. 신발, 자동차 바퀴, 마트에서 묶음으로 파는 물건들 등등. 아이들은 이런 환경과 묶음으로 세는 방식에 은근히 많이 노출되어 있어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묶음으로 세는 것도 특별한 일은 아닐 겁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을 환기시켜주세요.

단, 강요하지는 마세요. 재미없는 공부 느낌이 들게 하시는 건 금물입니다.  

 

수세기는 너무 초보적이라 생각하시는 부모들이 많습니다만 수 세기가 완전하지 않으면 초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연산이 어렵습니다.

혹시 아이들이 수 세기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연산도 머지않아 잘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기본과정도 없이 연산으로 곧장 가는 게 더 위험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수세기는 얼마든지 놀이처럼 할 수 있으니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만들어 보세요.

아이들도 놀다보면 어느새 곱셈과 나눗셈, 심지어 수열까지 자기도 모르게 배우게 될 겁니다.  

 

 

안승철 사진_60.jpg
안승철
약력소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생리학 박사
現)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주요저서
기초부터 탄탄하게, 처음듣는 의대강의 (2018)
우리 아이 수학박사 프로젝트(2013)
내 인생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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