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루 읽지 않는 아이, 문제일까요?
같은 책만 반복해서 읽어달라는 우리 아이. 좋아하는 책만 끼고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읽도록 지도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독서 편식을 하는데, 과연 이를 문제로 봐야 할지, 또 독서편식 자체가 균형독서를 막는 일인지 되짚어 봅시다.
독서편식은 '한 종류의 책만 좋아하는 경우, 혹은 같은 장르의 책 읽기만 선호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이르는 말입니다.
식생활에 있어서 편식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듯, 특정 종류의 책만 읽을 때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에서 만들어진 말이죠. 그러다보니 학부모들은 특정 영역에 치우친 책 읽기가 학습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누구나 관심분야가 한두 가지 쯤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독자 입장에서 좋아하는 장르의 책만 읽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성인의 경우 한 가지 분야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마니아’ 혹은 ‘덕후’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나요?
성장기 자녀들에게만 유독 독서편식을 부정적인 눈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로는 독서습관이나 태도가 읽기 능력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이는 곧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학부모로서는 당연히 아이가 골고루 읽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특정 분야의 책만 읽었을 때 나타나는 몇 가지 단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배경지식에 한계가 뚜렷이 나타나기도 하고, 지식책 읽기를 꺼려할 경우 생각의 폭이 좁아져 관련 과목을 어려워할 수도 있지요. 과학책을 멀리한 아이가 과학 과목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의 독서편식이 주는 의외의 장점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독서편식이 주는 몇 가지 효용입니다.
먼저, 독서편식은 자발적 독서 동기를 유발합니다. 특정 장르의 책을 선호한다는 것은 아이의 관심분야가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독서편식을 하는 아이는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음으로써 해당 분야의 배경지식이 넓어지고, 호기심도 해결됩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좋아하는 주제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탐구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탐구력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므로 학령기의 필수요건이지요.
독서편식은 해당 분야의 지식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를 통해 관련 도서를 더 읽고 싶어지는 독서 동기까지 획득하게 되지요.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자발적으로 발생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독서 행위가 이루어집니다.
공룡을 좋아하는 6살 성민이는 다음에 읽을 책으로 ‘스테고사우루스’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룬 도서를 꼽았습니다. 공룡 책을 읽다가 스테고사우루스에 매력을 느낀 아이는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싶었지요. 그러자 관련 지식을 더 폭넓게 다룬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입니다. 유아에게도 자발적 독서동기가 발생하는데 초등학생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렇다면 부모는 자녀의 독서편식으로 무엇을 짐작해야 할까요? 바로 아이의 관심과 흥미입니다.
요즘 좋아하는 것도 없고, 꿈도 없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읽고 또 읽는다면 이를 진로탐색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겠지요. 독서편식하는 아이는 자신의 개성을 찾아 키워 가기에도 한층 수월합니다. 자녀가 찾은 개성을 순수하게 존중한다면, 독서편식은 권장되어야 할 독서태도로 보아야 합니다.
‘장르별 적기독서’로 폭넓은 책읽기 코칭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마다 요구되는 지식이 방대합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는 교과목 연계도서 읽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서편식을 권장하되, 학습에도 도움을 주면서 관심분야를 확장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야겠죠.
가정에서도 손쉽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장르별 적기독서’입니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은 조금씩 수준을 높여가면서 읽도록 지도해 보세요. 또 관심이 없어 즐겨 읽지 않는 분야의 책들은 아주 쉬운 단계부터 차근차근 읽도록 해 보세요.
예를 들어,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의 경우 통사는 물론 역사 속 인물 이야기까지 두루 권해주어도 재미있게 읽습니다. 반면 어려워하는 분야나 장르는 학년 수준의 책을 무시하고, 지식정보 그림책을 실컷 보도록 지도해 보세요. 관련 지식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많이 보아 두면 두뇌 속에 시각 이미지가 형성되고,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후일 문자로 이루어진 책을 읽을 때 이해의 척도로 쓰입니다. 지식정보 그림책으로 시각 이미지를 많이 확보해 두면, 해당 분야의 지식을 이해하는데 용이해 지지요.
진정한 독서 행위의 바탕은 흥미입니다. 책읽기가 재미있으려면 좋아하는 장르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지요. 좋아하는 책을 읽다보면 읽기능력이 향상되고, 이렇게 향상된 읽기능력은 관심 없는 분야의 책도 읽어낼 힘이 됩니다. 곧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어야 읽기능력이 향상된다는 말이지요. 학습을 위한 독서가 목적일 때 수준을 조절해 가며 읽도록 하되, 독서 편식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약력소개
- 가톨릭대학교 독서학과 석사
청어람독서코칭센터 운영
국내 최초 '읽기능력 진단검사' 개발
FIE 중재자
EBS 부모60분 출연
조영구 신재은의 육아매거진 출연
- 주요저서
- <초등 적기글쓰기>(2016)
<초등 적기 독서>(2013)
<사회 교과서가 쉬워지는 사회책 도서관>(2012)
<과학교과서가 쉬워지는 과학책 도서관>(2011)
<생각을 키우는 독서논술 1~6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