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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공부머리 독서법] 독서는 어떻게 공부의 힘이 되는가
2020.07.01
조회수 : 5479

 

 

“독서교육 전문가면 독서만 이야기할 것이지, 왜 독서를 자꾸 학습과 연결시킵니까?”
때로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때로는 출판 칼럼리스트로부터 제가 종종 받던 비난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독서와 학습을 별개로 여기는 풍토가 있습니다. 


이런 비난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불신입니다. “책을 읽는다고 공부를 잘한다는 게 말이 돼?” 하고 의구심을 갖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거부감입니다. “순수해야 할 독서마저 공부의 수단이 돼야 하다니” 하고 화가 나는 것이죠.


사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강한 나라에 이런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영어의 ABC 같이 학습의 기본이 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독서를 통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쉽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핀란드와 같은 서구 교육 선진국, 유대인들이 독서 기반 교육을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12년 동안 독서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수백 번에 걸쳐 확인한 명백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서를 항상 후순위로 미뤄둡니다. 학원과 숙제,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성적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

 

 

언어능력이 낮은 초등 우등생은 많습니다. 교과의 내용이 비교적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강사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공부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방식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힘을 잃습니다. 설명을 듣고 이해하기에는 교과서에 담긴 정보의 양이 너무 많고, 어렵기 때문이죠.


이것은 단순히 이론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수많은 초등 우등생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죠.

 

언어능력이 낮지만 공부를 잘하는 중학생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능력이 낮지만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생은 없습니다. 내신은 물론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능력'은 '학문을 수행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모든 학문은 당연히 언어로 수행합니다. 국어, 역사, 과학뿐 아니라 별 상관없어 보이는 수학조차 그렇죠. 

 


독서와 수학의 관계

 

 

많은 분들이 독서와 수학은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수학은 국어와 함께 언어능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과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학 공식은 부호로 표시됩니다. 하지만 그 부호는 ‘연산 논리를 설명한 어떤 글을 이 부호로 하자’라는 약속에 불과합니다. 

 

‘A+B = A에 B를 더한다’

덧셈이 쉬운 이유는 연산 논리를 설명한 글이 이렇게 쉽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곱셈은 조금 더 난해합니다.

 

‘A×B = A개씩 묶은 묶음이 B만큼 있다’ 

연산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부호를 설명하는 문장이 더 길고 예리해지고 복잡해진다는 뜻입니다. 미적분까지 가면 공책 몇 장 분량의 설명이 필요해지죠. 언어능력이 떨어지면 이 설명을 따라 이해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많은 수학 선생님들이 저를 보면 이런 말을 자주 하십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씀 좀 해 주세요.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이해를 못해요.”

 


언어능력, 그 살아가는 힘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우리는 종종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문자 기반의 문명사회라는 사실을 잊는 듯합니다. 문명사회의 모든 정보와 지식, 통찰은 문자를 통해 전승, 전파됩니다. 언어능력이 낮으면 이런 것들을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고, 결국 뒤처지게 됩니다. 교과서를 원활하게 이해하지 못해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도 그중 하나지요. 


언어능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곧 사고력을 뜻하기 때문이죠. 만약 초등 2학년 아이가 초등 2학년 수준의 동화를 읽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자기 나이에 갖춰야 할 사고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 소설을 읽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청소년이 갖춰야 할 사고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생각할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묵독을 할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비교해 보세요. 

본질적으로 같지 않나요?”

 

아이에게 책 읽는 삶을 선물해 주세요.
그것은 곧 생각하는 힘을 선물하는 일이며,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고 아이 자신을 발견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학교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이런 선물 중 아주 작은 덤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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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약력소개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독서교육 강연 및 팟캐스트 진행
주요저서
<공부머리 독서법>
<사람이 뭐야?>
<한국사 잘하는 초등학생들의 77가지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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