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음식 치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음식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건강에 좋은 음식은 대체로 맛이 심심하고, 손이 잘 안 갈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음식을 몇 번 먹었다고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거나 반대로 건강한 음식을 하루 이틀 먹었다고 해서 건강이 바로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건강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먹을 때, 우리의 몸은 튼튼해지고 면역력도 좋아집니다.
수학에서도 건강한 음식처럼 바로 티가 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하면 큰 효과를 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이야기에 독서가 왜 나오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실제로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수학도 잘할 수 있습니다.
보통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학 문제를 많이 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수학 문제를 많이 푸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문제를 읽고, 문제를 이해한 후에 그 문제에 맞는 식을 세워 가며 풀어갑니다. 아무리 연산 능력이 뛰어나도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식을 세우는 과정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때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수학 실력이 아니라 국어 실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이해력과 어휘력이 높은 아이들은 수학을 할 때에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를 읽으면 무엇을 묻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서가 부족한 아이들은 아무리 연산 실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문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문제도 풀지 못합니다. 특히 요즘 수학 시험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요즘 수학 시험 문제들은 문제의 길이가 아주 긴 서술형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 중에는 단순 계산 문제는 곧잘 푸는 데 비해 서술형 문제는 잘 풀지 못하고 틀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서술형 문제가 어렵냐고 물어보니 이러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선생님, 저는 서술형 문제를 읽다가
3줄 이상 가면 머리가 온통 뒤죽박죽이 돼요.
도대체 무엇을 묻는지 모르겠어요.”
이 아이는 평소 독서를 거의 하지 않고, 독서를 하더라도 거의 만화책만 읽는 수준인 아이였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문해력과 이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산 문제나 짧은 지문의 문제 정도는 풀 수 있지만, 깊은 이해력과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는 문제를 풀기는커녕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실제로 국어가 부족한 데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국어를 잘하거나,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보통 실력은 되는 아이들입니다. 국어 실력 없이 연산 실력만 뛰어난 아이들은 단순 계산 문제만 잘 풀 뿐, 긴 서술형 문제에서는 막히거나 잘못된 식을 세워 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량이 필요한 것입니다.
독서는 학생에게 있어 운동 선수의 기초 체력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독서는 효과가 당장 눈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독서를 소홀히 하는 아이가 많죠. 운동을 하루 이틀 하지 않는다고 당장 건강에 이상 징후가 오지 않는 것처럼, 독서 역시 잠깐 게을리 했다고 해서 변화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독서를 할 시간에 차라리 수학 학원에 가거나 수학 학습지를 푸는 것이 실력 향상에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길게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가 결국은 수학도 잘하게 됩니다. 독서량은 어느 시점에 가면 학원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실력 차가 되어버립니다.
자녀를 수학 우등생을 만들고 싶다면 자녀의 스케줄 속에 독서할 수 있는 짬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일정 가지치기를 하셔야 합니다. 나무에 가지가 너무 무성하다면 좋은 열매를 거두기 어려운 법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가지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명한 농부일수록 필요한 가지와 불필요한 가지를 잘 구분합니다. 어린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지는 바로 '독서'라는 가지입니다. 독서라는 가지를 통해 좋은 열매가 풍성하게 맺힐 수 있습니다. 혹시 독서라는 가지가 불필요하다고 느껴지고, 중요하지 않다고 착각하여 다른 가지들을 살리고 독서라는 가지를 잘라내는 실수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약력소개
- 현직 초등교사
- 주요저서
- <100점 맞는 초등수학 공부법>
<초등 1학년 수학을 잡아야 공부가 잡힌다>
<초등 2학년 평생 공부습관을 완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