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감각적인 영상을 보는 데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무언가를 쓰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참 약한 것 같아요.
수동적인 행위에는 익숙하지만,
적극적인 행위에는 매우 취약한 우리 아이들.
'무언가를 쓰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일기'겠죠.
하지만 억지로 쓰는 일기란
세상 가장 싫은 숙제 중 하나일 뿐이잖아요.
일기는 부담스럽지만,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으신 분들에게,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을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나의 감정에 대한 기록인 ‘기호 노트’ 쓰기예요.
'나의 기호 노트'는 제가 예전에 큰 아이와 함께 필사했던 책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에 나오는 방법이에요.
이 책에서 작가는 아이들이 일기 쓰기를 싫어하는 이유가
'아이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해요.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나의 기호 노트'를 만들기를 제안해요.
노트 쓰는 방법이 고민이신 분들을 위해
저희 가족의 '나의 기호 노트' 쓰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작가님이 제시한 기본적 아이디어에 제 생각을 덧붙인 거니까,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참고만 하시고
우리 집 상황에 맞게 변형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나의 기호 노트' 만들기
기호 노트를 처음 쓰던 지난 1월에 저희 가족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1. 마음에 드는 노트 준비하기
2. 날짜 쓰기
차곡차곡 쌓일 나의 기록이니까 날짜를 쓰는 게 매우 중요해요.
3.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와 그 이유',
'내가 싫어하는 것 하나와 그 이유' 적기
시간은 10분 내외로 하고,
잔잔한 음악까지 틀어 놓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4. 노트 이름 짓기
'나의 기호(嗜好) 노트'라는 표현은
익숙하지도 않고 재미가 없잖아요.
내가 붙여준 이름을 가진 노트라고 생각하면
더 애착이 가서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저는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느루'를 제 노트의 이름으로 정해줬어요.
5. 일주일에 한 번 온가족이 모여 작성하기
저희 가족은 일요일 밤에 모든 일과를 끝내고
다 같이 모여서 쓰고 있어요.
중요한 점!!
1. 일단 시작하기
‘나중에 해봐야겠다’는 안돼요.
2. 중간에 멈춰도 또 다시 시작하기
멈췄던 것 또한 나에 대한 기록이니까요.
3. 노트 쓰기를 강요하지 않기
4. 개인의 감정 존중하기
저희 가족은 노트를 쓴 뒤 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어요.
말하고 싶은 사람은 해도 되겠지만,
나만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노트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적은 '싫어하는 것'이
다른 누구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공유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첫 번째 기호노트 내용을 공유하도록 할게요.
첫 장에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금 딱 드는 생각을 적기로 했어요.
지금 다시 보니
뭔가 가정주부로서의 애환이 담겨있는 듯한 것들이네요.
저희 가족은 1월 말 처음 쓰기 시작한 뒤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밤마다 거실에 모여
‘나의 기호노트’를 쓰고 있어요.
저와 큰아이는 매주 쓰고 있지만,
둘째와 남편은 쓰지 않을 때도 있어요.
강요하지 않아요. ^^
막내는 아직 글자를 잘 못 써서 참여할 수가 없네요. ^^
일주일에 한 번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으신 분들께
내 감정에 대한 기록 ‘기호 노트’ 쓰기를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