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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희
[그림책 교육] 반려동물을 보내며
2021.10.13
조회수 : 482

 

 

아이들과 반려동물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이에게는 반려동물과의 작별이 죽음을 처음 인식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을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동물이 인간보다 먼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반려동물이 병에 걸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경우, 그 죽음은 아이에게 ‘첫’ 상실로 깊은 고통을 남기게 됩니다. 많은 그림책에서 이 주제에 관해 들려주고 있는데요. 아이들 일상과 단단하게 밀착된 작품을 고르라면 『이젠 안녕』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이젠 안녕』

마거릿 와일드 글,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2010

 

 

호퍼를 보내기 싫었던 해리의 진솔한 작별 인사
 
『이젠 안녕』은 해리가 반려동물 호퍼를 떠나보내고 상실감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빠와 단둘이 사는 해리에게 호퍼라는 강아지 친구가 생깁니다. 어느 날 해리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아빠는 호퍼가 사고로 죽었다고 합니다. 호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해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뚫어져라 봅니다. 아빠가 호퍼와 작별 인사를 하겠느냐 물어도 못 들은 척합니다. 해리는 호퍼와 날마다 밤 인사를 나눴던 그 방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아빠는 아들을 위해 거실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아빠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으면 쉬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해리는 학교에 갑니다. 아무에게도 호퍼와의 이별을 말하지 않습니다. 해리는 다시 소파에서 잡니다. 그날 밤, 무슨 소리가 들려 깨 보니 어떤 개가 창가로 뛰어 올라 자기를 보여 주고 있지 않겠어요? 호퍼였습니다. 해리는 문을 활짝 열고 호퍼를 끌어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눕니다. 해리와 호퍼는 마당에서 신나게 놉니다. 호퍼는 다음 날에도 찾아옵니다. 해리는 아빠가 믿지 않을까 봐 걱정스러워하며 호퍼를 만난 이야기를 합니다. 아빠는 그저 해리가 원할 때까지 소파에서 자도 된다고 이야기하지요.

 

 

반려동물을 키워 보지 않은 아이들도 해리에게 감정을 이입합니다.
 
“해리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겠지만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 그 죽음도 인정하고 최대한 평안하게 보내 줘야 한다. 사람과 이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붙잡고 울며 매달리면 떠나는 사람을 힘들게 할 것이다.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이 이별이 해리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해리는 호퍼의 소중함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까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해리는 언제고 호퍼와 놀 수 있다. 호퍼는 해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그래도 해리에게 호퍼는 아주 소중한 존재였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선생님은 우리에게 해리 아빠가 아들이 충격 받을 걸 알면서도 호퍼가 죽었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장면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셨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 사실을 숨겨 두고 나중에 말하면 해리가 더 슬플 것이다. 자기만큼 아끼는 존재를 잃은 해리를 위로해 주고 싶다.”
 
아이들은 해리와 호퍼를 통해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졌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헤아리고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림책 읽기가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거겠죠.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죽음교육에서 반려동물의 상실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사람의 죽음과 달리 ‘드러낼 수 없는’ 슬픔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동물의 죽음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을 유난이라고 생각할까 봐 주위에 알리지 않는 반려인이 많습니다. 
 
그림책에서 해리가 학교에 호퍼의 죽음을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저에게도 그런 제자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반려견이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지요. 그림책 『내가 가장 슬플 때』를 읽고 아이들에게 언제 가장 슬펐는지 물었을 때였습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자기를 이상하게 볼까 봐 알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강아지 이불을 품에 안고 울다가 겨우 학교에 왔던 시간, 밥도 먹고 싶지 않을 만큼 슬펐지만 친구들과 열심히 이야기하고 열심히 놀았던 시간을 고백하며 아이는 펑펑 울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우는 친구를 그저 기다려 주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편지를 써 주기도 하고 리본을 만들어 건네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의 죽음 앞에서 아이들은 극도의 상실감으로 힘겨워하지만 등교하지 않고 추모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어른도 아이 못지 않게 슬픔을 가누기 힘들어하는데도 필요한 만큼 애도의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감정을 숨기고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하지만 정작 어떻게 일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은 지쳐 있습니다. 밥 먹기, 운전하기 등 일상적인 일들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많지만 동료 앞에서 태연한 척 가면을 씁니다. 슬픔에 충분히 머무르지 못한 사람의 일상에는 균열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일에도 지장이 있겠지요.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은 결국 사회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화살로 돌아올 것입니다.
 
상실감의 무게를 저울질하기만 하는 사회에서 우리 개개인이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책 속 해리의 아빠처럼) 묵묵히 소파를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직장동료로서, 선생님으로서,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나’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점검해 보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식하고 나와 타인의 동질감을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그 동질감의 총량이 늘어날 때 사회적인 돌봄 체계도 작동하기 시작하고, 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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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희
약력소개
- 교사 연수, 웰다잉 지도자 양성 교육 등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강의 다수
- 前 초등 교사
주요저서
<당신은 가고 나는 여기>
<삶의 성찰 - 죽음에게 묻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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