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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이성종
자녀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길 원하시나요?
2022.06.22
조회수 : 1348

 

 

학부모님과 상담할 때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부모가 기다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선행 학습으로 몰아 아이의 의욕을 꺾는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도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을 겁니다. 내 수준보다 살짝 높으면서 결과로 칭찬을 받기 시작하면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또 없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마다 붙들고 잘할 수 있다고 칭찬해주면 교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만큼 아이들은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무리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부모는 ‘조금만 더 하면 좋을 텐데’, ‘영어 레벨을 약간만 더 올리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조금 어려워져도 금방 따라잡을 것 같은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서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열심히 공부를 마치고 뿌듯해하는 아이를 보아도 탐탁지 않은 이유입니다. 더 많이, 더 잘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비교하기 시작하고, 아이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점점 더 입을 굳게 닫습니다. 아이는 분명 작년보다 훨씬 성장했고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더 빨리 가는 아이 친구가 떠올라 엄마는 우울해지고 급해집니다.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고 하고, 더 잘할 것 같은데 노력이 적다고 합니다. 한창 공부가 재미있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면서 결국에는 질리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말과 눈빛으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마음을 먹게 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스스로 하게 하는 부모의 말을 공유해드립니다. 

 

 


“너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가 공부 자립심을 키울 수 있게 부모가 돕는 일은 섬세하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쉽게 실천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하게 내버려뒀다가는 이도저도 안될 게 뻔해서입니다. 안될 게 뻔해도 일단은 해봐야 늡니다. 평생 대신해줄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공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로 인식하도록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합니다. 공부 계획을 스스로 짜볼 기회를 주세요.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뒤에 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권을 주세요. 그리고 읽고 싶은 책과 풀어야 할 문제집을 스스로 고르게 해주세요. 또한 학원에 다녀야 할 상황이라면 어느 학원으로 갈지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되 선택은 아이에게 맡겨주세요. 

 

어떤 선택은 이보다 좋을 수 있나 싶고, 어떤 선택은 이보다 나쁠 수 없겠다고 느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체로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어차피 선택의 순간에는 누구도 정답을 모릅니다. 해봐야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데 의미를 둔다면 ‘스스로 선택한 공부를 하는 습관’이야말로 정답입니다. 문제 하나를 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거리며 씨름도 해보고,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구해야 할지 고민해보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슬쩍 던져보세요. “너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요. 혼자서는 못할 것 같아 당연히 시키는 대로만 하던 아이의 눈빛이 달라질 겁니다. 

 

 


“한번 해볼래?“

 

공부도 밀당입니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해보려는 아이에게 더 하라고 떠밀 필요가 없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기대되는지만 충분히 표현해주면 됩니다. 공부를 혼자 해내고 충분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낀 아이는 학년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겁니다. 그때마다 아이의 성장에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이 부모 역할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하겠다는 아이에게 건넬 말은 “한번 해볼래?” 정도면 충분합니다. 쿨한 척 말해보세요. 대체로 “한번 해볼게요!”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살짝 던진 미끼에 걸려든 겁니다. 아이가 미끼를 물었다고 들뜨지 마세요. 오히려 ‘네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한번 해봐’라는 배짱 두둑한 마음으로 아이의 호들갑을 응원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부모는 윽박질러서라도 아이를 학원에 가게 할 수 있고, 울리면서라도 문제집을 끝까지 풀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공부는 아이 스스로 마음먹게 만들어야 시작됩니다. 

 

 


“자, 시작하자!”

 

가족이 한데 모여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이만 방으로 들어가 공부를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겪어보셨을 겁니다. 공부하기 싫어 뭉그적대는 아이를 보면 화가 나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왜 나만 공부해야 해!” 하며 불만을 토하는 아이에게 “나도 너만 할 땐 다 했거든!”이라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뭔가 개운치 않습니다. 

 

억울한 마음을 누르고 홀로 방에 들어간 아이는 책 속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짜증 나고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누르며 문제집을 풀지만 딴 생각을 하느라 절반은 틀립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많이 틀렸다고 또 혼이 납니다. 공부가 너무 싫어집니다. 

 

이 정도는 시작이었을지 모릅니다. 한창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더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며 안 하려고, 미루려고, 대충 하려고 애를 씁니다. 초등학생 때는 하는 척이라도 하던 아이가 이제 대놓고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을 함께 해야 합니다. 

 

부모가 함께 시작하면 그 뒤로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함께 시작하면 아이는 억울할 일없고 나쁜 기분을 꾹꾹 누를 필요도 없으니 쉽게 집중합니다. 그러니 시작만이라도 함께해주세요. 가족이 다 함께 시작하면 제일 좋지만 힘들 땐 엄마 아빠 중 한 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시작해주세요. 매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공부하자”라고 말하며 엄마가 먼저 뭐든 시작해보세요. 읽던 책을 펴거나 읽던 책의 문장을 공책에 따라 써도 좋고, 노트북에 글을 적거나 하다못해 가계부라도 쓰면 좋으니 무언가 공부처럼 보이는 활동을 시작해보세요. 시작하는 엄마를 따라 아이도 일단 시작한다면 성공입니다. 엄마는 공부, 독서 말고도 할 일이 많습니다. 저녁 준비도 해야 하고, 다 돌아간 빨래도 널어야 합니다. 그러니 시작만 함께 해보세요. 

 

빨리 공부하라며 아이를 억지로 공부방에 밀어넣는 엄마보다 “자, 시작해보자!”라는 말과 함께 활기차게 본을 보이는 엄마가 되면 쉽습니다. 아이가 계획대로, 하던 대로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엄마는 슬그머니 집안일을 챙기러 일어나면 됩니다. 아이가 공부의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잔소리와 간섭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계획한 대로 오늘 공부를 잘 끝냈는지 확인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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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종
약력소개
2006~현재 초등학교 담임교사
2012~2015 영재학급 운영 및 강사활동
2020~ <초등학생 힘내라> 채널명 운영
주요저서
- 초등 6년이 아이 인생을 결정한다
- 당신 아들, 문제없어요
- 초등 자기 주도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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