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삶의 순간에 동행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입니다. 감정이란 어떤 현상이나 일을 경험할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의미합니다. 즉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혹은 화가 나거나 답답할 때도 감정은 늘 우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이러한 신호 덕분에 우리는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리곤 합니다. 그만큼 감정을 잘 안다는 것은 나를 잘 이해한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격한 감정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기도 하고, 뒤돌아서 후회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화를 내고 싶지 않아도 욱하게 되는 마음 때문에 괴롭기도 하죠. 특히 아이들에게는 감정이 참 다루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성인의 뇌에는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전두엽이라는 영역이 있는데, 아이들의 뇌에는 이러한 전두엽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감정을 조절하는 게 어쩌면 지극히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요? 어차피 전두엽도 다 발달하지 않았는데 성인이 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전두엽은 어느날 짠하고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발달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뇌가 잘 발달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아이들의 감정을 올바로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사용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①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감정이란 특정 자극으로 유발되는 반응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더라도 어떤 노랫소리로 인해, 어떤 말이 떠올라서, 산들바람을 느끼면서 우리의 감정이 유발됩니다. 즉,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걸 아이들과의 관계에도 적용해볼까요? 갑자기 아이가 학교를 다녀오더니 짜증을 냅니다. 이때 "왜 갑자기 짜증이야?"라고 아이를 비난하는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네가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을 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니?” 아이의 감정을 판단하기보다, 아이가 그러한 감정을 표현한 이유를 먼저 찾아보는 겁니다. 아이의 행동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왜 갑자기 짜증내는거야" (x)
→ "네가 아무 이유 없이 짜증 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니?" (0)
② 모든 감정은 죄가 없습니다.
세상에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만약 ‘불안함, 무서움, 화남, 후회’와 같은 감정들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불안한 마음이 없어지면 시험을 앞두고도 불안하지 않으니 공부를 하지 않을 겁니다. 무서운 감정이 없다면 쌩쌩 달리는 차가 무섭지 않을 거고요. 화나는 감정이 없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회라는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살면서 후회되는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모든 감정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해석하고 다루는 것이 중요해요. 시험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시험 전날 이렇게 불안하다니, 시험을 망칠 게 분명해’라고 해석한다면 불안의 크기는 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겁니다. 불안에 압도되어 정말 내가 생각했던 대로 시험을 망칠지도 몰라요. 대신 ‘내가 시험을 잘 보고 싶어서 그만큼 불안한가 보다. 괜찮아 지금 미리미리 준비하니까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해석한다면, 그 불안의 크기는 내가 다룰 수 있는 수준으로 작아집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어땠나요? ‘너 왜 이렇게 짜증내는 거야?’, ‘그렇게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니?’라면서 아이의 감정을 판단하고, 특정 감정을 숨기고 참아야 한다고 은연중에 알려주지는 않으셨나요? 이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감정을 숨기고 참는 것은 올바른 감정 사용법이 아니에요. 대신, 내가 그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니?" (x)
→ "원하는 대로 잘 안될까 봐 불안한가보구나. 그럴 수 있겠다." (0)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올바로 다룰 수 있도록 돕는 2가지 감정 사용법, 어떠셨나요? '뭐야 별 거 아닌데?'라고 느끼셨나요? 그렇다면 바로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간단한 원리를 실천했을 뿐인데 아이들과의 감정 대화도 훨씬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궁금해 하는 우리의 태도, 그리고 감정이 우리 마음에 보내는 신호를 올바로 해석해보는 과정에서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며 ‘나’와 잘 지내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진짜 우리 부모님들의 바람이 아닐까요?
![[맘앤톡] 배너용 사진_한혜원.jpg](/upload/service/teach/pc/143/a8b20ff5-1114-466e-8e18-7edb6bb11634.jpg)
- 약력소개
-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수료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 수료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교육상담심리학 박사 수료
2016~현재 초등학교 전문상담교사
- 주요저서
- <초등감정사용법>
<그렇게 말해주니 공부하고 싶었어요>
<도구를 활용한 아동청소년 상담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