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가 된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는 이제 평생 내 아이를 생각하겠구나.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나, 신나게 놀고 있을 때나 언제나 내 머릿속 한구석에는 지금 우리 아이는 뭐 하고 있을까?, 잘 있을까?, 별일 없겠지?’라는 걱정을 달고 살겠더라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가장 큰 난제는 바로 '내 마음 다스리기'입니다. 그전에는 나 하나만 잘 건사하면 걱정할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나와 다른 아이들을 키우고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는 꽤 큰 부담이고 걱정으로 다가옵니다. 아이 앞에서는 화도 내고 싶지 않고, 의연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도리어 종종거리고 욱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아…. 나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정말 왜 이러는 거지?’
① 나도 부모는 처음입니다.
사실 불안하고, 쉽게 욱하고 그러다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닙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을 한번 볼까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우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화가 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차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수십 년을 살고 나니까 내가 어떤 상황에 화가 나고, 어떤 상황에 놓이면 쉽게 불안한지 알아차리는 것이죠. 그러니 부모가 된 지금, 쉽게 욱하고 불안하고 뒤돌아서면 후회하는 건 지극히 정상입니다. ‘나’라는 정체성은 이미 수십 년 묵혀두면서 점점 발전했을지 모르지만 ‘부모’라는 정체성은 이제 초등기, 사춘기를 지나고 있으니까요.
② 내 감정은 내가 관리해야 합니다.
부모가 된 것도 처음이고, 부모로서의 정체성은 아직 초보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내 감정은 내가 관리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아이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척척 잘 해내는 엄마 아빠가 세상의 우주와도 같고, 자신이 딛고 있는 든든한 땅과도 같이 느껴요. 그래야 아이는 그 단단한 땅을 딛고 일어나 세상에 마주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 땅이 흔들리면 어떻게 느낄까요? 아이는 지진이 났다고 느낍니다. 세상이 무너진다고 받아들여요. 부모의 ‘말’이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말에 아이가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내 감정을 관리하지 못하고 불쑥 내뱉은 말에 아이는 한없이 스스로 초라해지고, 작아지게 됩니다. 내 감정이 요동치고 있다면, 먼저 내 감정을 보호하고 다시 충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의 마음을 돌아보면서 내 감정을 먼저 관리하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③ 나를 충전하기 위한 나만의 비법을 만들어보세요.
아이와의 관계에서 지치고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내 마음이 지치고 힘들다는 것은,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때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충전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마시는 달콤한 커피 한잔, 파란 하늘을 보면서 걷는 산책,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운동하기, 때로는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나누는 수다가 내 마음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도 있어요. 이때 나만의 비법을 알고 이를 의식화하는 것과 아무 의미 없이 하게 되는 행동에는 그 효과부터 큰 차이가 납니다. 행복감을 주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지친다는 것은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잊지마세요. 내 마음이 다시 충전되고 회복되어야 비로소 아이와의 관계도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하루하루가 처음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수투성이고 잘 모르는 것도 많아요. 생각대로 변화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 앞에서 쉽게 욱해버리는 내 모습을 보며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때 아이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부모의 삶 역시 풍성하고 행복해질 겁니다. 부모의 행복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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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소개
-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수료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 수료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교육상담심리학 박사 수료
2016~현재 초등학교 전문상담교사
- 주요저서
- <초등감정사용법>
<그렇게 말해주니 공부하고 싶었어요>
<도구를 활용한 아동청소년 상담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