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아빠와 교육관이 달라 고민입니다.
예전에 오랫동안 대치동 학원가에서 많이 나온 말이 있습니다. 아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은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고요. 이는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보다는 한 명이 담당해서 일관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Q. 아빠의 무관심은 왜 필요할까요?
부모의 교육관이 다르다는 걸 '갈등의 원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의견이 달라 대립할 경우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까 그냥 한 사람이 깔끔하게 신경을 끄기로 타협하는 것이죠.
그러면 부부의 생각이 다른 게 문제일까요? 부부의 생각이 다른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녀를 키운다면 '다양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성별, 성향, 기질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울 때 다양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줘야 아이가 미래에 사회에 나갔을 때 유리한 측면을 가집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부부의 생각이 다르면 싸우게 되니까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만약 단순히 싸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의견이 서로 달라도 소통하고 표현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아이가 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오히려 아이에게 더 교육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실제로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이는 매우 필요합니다.
아빠가 교육에 무관심하고, 엄마가 자녀교육을 전담하고 있다면 헷갈리지 않고 한 쪽으로 간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는 반대로 한 쪽으로 치우친다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혼자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면 책임감이 느껴지며 불안한 감정이 생깁니다. 그리고 불안해지면 더 조급해지고, 시야도 좁아지게 됩니다. 그러니 교육관이 다르다고 고민하지 마시고, 오히려 이를 육아나 교육에 활용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Q. 아빠 육아&아빠 교육의 장점
아들이라면 특히 아빠가 이해하는 영역이 많습니다. 엄마가 보기에 굉장히 공격적으로 보이는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을 보면, 한심해 보여 차단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게임은 단순히 오락의 역할만 하지 않아요. 친구들과의 사교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게임을 못하게만 한다면 친구들과의 무리에서 할 말이 사라져 소외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게임이라는 게 단순하지 않아서 게임 내에서도 서로 힘을 합치는 부분이 있고, 내가 잘하는 포지션을 알게 되는 등 생각보다도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물론 게임에 대한 적절한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이해와 수용이 필요한데 아빠는 이러한 점에서 엄마보다는 훨씬 더 아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Q. 아이가 어떤 장래희망이나 꿈이 없어요.
이는 아이의 자기 주도성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집니다. '자기 주도성'이란 부모가 심어주는 것이 아닌 아이 안에서 싹트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주도성이 생기게 되는 2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1. 자율성
2. 부모와의 친밀감, 유대감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했을 때, 부모님이 이를 지지하고 응원해 준다는 느낌을 받아야 아이의 자율성이나 자기 주도성이 상승합니다.
반대로 부모에게 불편하거나 안 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부모와의 친밀감이나 유대감이 훼손됩니다. 아이는 자기 편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뜻을 굽히고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러면 아이의 의존성이 커집니다. 나의 주체성이 사라지고, 남이 하라는 행동을 하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나아가 누군가의 지시가 사라지면 굉장히 불안해 하기도 합니다.
Q. 아이가 자기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아이가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다면 말하지 않는 본인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속마음을 이야기했는데 안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아빠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했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어디서 그런 나쁜 생각을 해! 누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라며 다그치면 안 됩니다. 놀랐더라도 우선은 감정을 추스르고 "엄마, 아빠한테 화가 많이 났구나. 어떤 이유 때문인 거야?"라고 물어보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줘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이후에도 속마음을 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속마음을 말 하는지, 안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감정이 해소되고 생각도 정리가 됩니다.
처음에는 부모로 시작했지만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표현하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아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면 가만히 들어주며 맞장구치는 게 부모의 역할이에요. 억지로 피드백을 주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등 많은 것을 하려고 할 때 문제가 됩니다.
자신의 마음과 다른 의견을 강요하는 부모의 행동을 접한 아이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억압하게 됩니다. 정신의학과에서는 사람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마음 정서를 헤아리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
부모가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비행기로 비유하면 안내방송이 나오죠. 비상시에 산소 마스크가 내려올 건데 아이 먼저 씌우라고 안내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먼저 쓰고 아이에게 씌워주세요"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부모가 살아야지 아이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수용하고, 잘 지도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부모가 안정된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니 자녀를 키우면서 느껴지는 불편함, 죄책감, 이기적인 감정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살기 위한 것들을 꼭 사수하셔야 된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 약력소개
- - 정신과 전문의
- 생각과느낌의원 원장
- 주요저서
-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건네는 육아>
<엄마들만 아는 세계>
<엄마니까 느끼는 감정>
<육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