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나친 사교육을 우려하며 방과 후 학교 내실화, 선행학습 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사교육은
1)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미래의 교육 경쟁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고,
2)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최소한의 학업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역할보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사교육이 일반화되고 있는 교육 환경에서 혼자서만 시키지 않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불안하기도 하고 우리 아이만 뒤쳐지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되어 울며 겨자 먹기로 시키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올바른 사교육 활용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우선 사교육에 대한 부모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일반적 반응 : “옆집 OO는 그 학원 다녀서 성적이 올랐다던데, 여전히 우리 아이 성적은 그대로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일단 집에 있으면 책을 펼칠 생각도 안하니 학원을 보내자. 다음 달에도 성적이 그대로면 학원을 옮겨줘야겠어.”
◈ 모범적 반응 : “방학 동안 아이가 혼자서 공부하려고 노력은 하던데 뭔가 쉽지 않은 모양이군. 일단,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혼자서 공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 개념을 익히는 부분만이라도 인강을 듣거나 학원을 다니게 하는 등 적절한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겠어.”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뚜렷한 목적 없이 사교육을 의무처럼 시킵니다. 효과를 본 누군가가 좋다고 하니까, 혹은 안 시키면 불안하니까, 집에서는 공부를 안 하지만 학원이라도 가면 그나마 하게 되니까 등등의 이유를 들면서 말이죠.
그러나 아무런 목적 없이 하게 되는 사교육은 학생들에게 상당히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무분별한 사교육을 받음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아이의 자기주도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타율적인 학습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누군가 계획을 세워주고 관리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자기주도 학습’을 하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합니다.
학원에서는 자신들의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니 이대로만 하면 된다고 홍보하고, 투철한 교육 철학이 없는 부모님들과 불안한 학생들은 여기에 매달리느라 정작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파악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배우고(學) 익히는(習) 학습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익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배우기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죠.
결국,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공부는 제대로 배우고, 배운 내용을 이해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때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생각하는 힘이 약해져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암기보다는 단순히 반복적으로 결과만을 외우도록 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학원 등의 사교육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이런 측면이 더 심하고요. 하지만 단순 암기의 경우, 기억을 하면서 다른 정보들과 연결 고리가 없기 때문에 배운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보다는 단편 지식으로 저장되었다가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지워져 버리고 맙니다. 벼락치기를 하면서 공부한 내용들이 쉽게 잊혀지는 것과 같은 원리죠.
결국 이런 공부에 익숙해지면 깊이 있는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단편적인 지식만을 기억하고 인출하게 되어 문제를 접했을 때 사고를 전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더 나아가 생각하는 힘이 약해지면 공부 전반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선행학습 위주로 진행되는 사교육은 본 수업에서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수업 내용에 집중을 못하게 만듭니다. 학교 수업을 방해하는 사교육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더라도 결국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Stevenson과 Baker는 사교육의 역할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강화전략과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보강전략의 두 가지로 제시하고 여러 국가들의 사교육 형태를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와 루마니아, 태국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교육의 역할이 보강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지요. 결국, 한국에서는 사교육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미래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성적과는 상관없이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사교육을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일지 생각해 봅시다.
첫째, 자녀의 공부 스타일 파악하기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공부 스타일을 파악하기보다는 남들이 추천해주는 방식을 더 믿고 의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인이 효과를 본 방법이라 할지라도 내 아이와 맞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학원의 설명회에 참석하여 불완전한 교육 정보를 수집하기보다는 아이의 공부 습관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아이가 사교육이 필요한 상태인지를 파악하고,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충분한 대화를 나눠 본 후에 어떤 방식의 시스템이 가장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정된 사교육이라면 실패를 낮출 수 있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 자녀지도 TIP ★
1. 아이가 혼자서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없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봅니다.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또는 특정 과목에서의 어려움이 있는지를 파악하여 사교육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인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2.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아이의 의견을 물어봅니다. 아이가 사교육을 거부하면 학습상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어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사교육을 받겠다고 이야기하면 어떤 방식이(인강/개인 지도/그룹 과외/ 학원 강의) 자신에게 맞는지 의견을 나눈 뒤
결정하고 강사를 선정할 때도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사교육의 방향 결정하기
앞에서 우리나라는 주로 상위권 학생들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교육을 활용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때문에 학생의 성적과 상관없이 선행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 학년 공부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행학습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학습에서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나타나게 됩니다.
아이가 제 학년의 공부를 80%이상 따라 간다면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배운 내용을 다지는 보강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올바른 정보를 활용하여 사교육 선택하기
오늘날의 교육 환경은 사교육을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올바른 정보를 활용하여 사교육에 대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하는데요. 사교육을 선택할 때는 업체에서 강조하는 성적 우수자나 합격자 배출 등 입소문에 의지하기 보다는 다음의 사항을 기본적으로 확인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자녀지도 TIP ★
1. 사교육 기관에서 아이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 진단이 반편성이나 수업 등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학생 관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그걸로 인해 아이가 정서적·신체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담당 강사가 자주 교체되거나 교육 과정보다 입시 성과를 강조하는 곳,
장시간의 자습과 무리한 과제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사교육이 할 수 없는 부분은 가정에서 도와주기
아이의 모든 것을 사교육 기관에 일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교육에서 맡아줄 수 있는 부분은 학습의 일부일 뿐입니다. 부모가 직접 가르치기 어려운 부분을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이지,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해주리라 기대하셔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사교육을 시키고 있더라도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하여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공부를 하며 힘든 점은 없는지 꾸준히 살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해도 배운 내용을 제대로 복습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궁금한 점은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고, 공부의 자기주도력을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어느 기관, 어느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발적으로 공부를 했는지가 성공의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