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서술형 문제’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가 서술형 문제만을 모아 놓은 문제집을 아이에게 여러 권 반복해서 풀게 합니다. “이런 문제집을 푸는 공부 방법이 서술형 문제의 정답률을 높여 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저의 대답은 “네.”입니다. 내가 풀어본 문제가 단원 평가로 출제되었다면, 이미 해 본 경험으로 훨씬 수월하게 접근해 답을 적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여전히 당황합니다. 문제를 끝까지 읽어 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죠. 긴 지문을 읽어 볼 생각이나 이를 이해해 보려는 의지도 약합니다. 그런 아이가 교실에는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좋은 성적을 얻는 열쇠는 문제를 많이 풀어 본 경험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학습량이 많은 것은 종종 자만을 불러와 실수를 만들어내기도 하거든요. 좋은 결과를 얻는 데는 문제를 읽어내려는 아이의 마음과 문제의 뜻을 이해해 보려는 본인의 ‘의지’가 결정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습 전문가가 수학 과목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독서를 통해 독서력이 다져진 아이들은 시험지 속 활자가 눈에 익숙합니다. 긴 문장으로 된 문제를 읽는 일이 그리 어렵고 생경한 경험이 아닙니다.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의지’ 또한 자발적이죠. 이렇게 독서의 중요성은 학교 입학 이후에 더 분명해집니다.
아이들은 책을 분명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에 집중하고, 책이 닳도록 반복해서 읽어 주길 원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아는 글자가 많아지고 있을 무렵, 엄마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도록 그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내 아이는 부모의 도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후에도 책을 가까이하며 잘 읽고 있나요? 스스로 읽을 수는 있지만, 읽는 것을 즐기는 아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360명에게 “책을 읽고 싶어도 마음대로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초등학생들은 “학원 수강 때문에(35.3%)”, “학교 공부 때문에(32.4%)”,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되지 않아서(16.2%)”라고 대답했습니다. 특히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되지 않아서”라고 답한 아이가 고학년에서는 20%에 육박했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처음부터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책 읽는 법을 꾸준히 배웠고, 이제는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왜 아이들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것일까요? 애석하게도 우리가 ‘책을 읽고 싶어 하도록’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방법은 너무나 열심히 가르쳤지만, 아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키워주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방법에만 집중하며 지도한 것이 오히려 독서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꺾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초등학생에게 자신의 ‘독서 흥미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5점 척도로 응답하게 했습니다. 동시에 부모님에게는 자녀의 독서 흥미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역시 5점 척도로 응답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5점 만점에 3.6점 정도로 독서에 흥미를 보인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의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의 독서 흥미도를 5점 만점에 무려 4.3점이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출처: <초·중등학생의 독서 실태진단 및 활성화 방안 연구>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많은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은 즐거운 것이라고 무작정 강요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말로만 ‘즐거운 책 읽기’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즐겁다고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책의 즐거움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바로 예전처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됩니다. 나이도 상관없고 성별과도 무관합니다. 이는 읽기 독립을 한참 전에 이룬 아이에게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아직 읽기 독립을 하기 전인 아이에게 부모가 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면 혹시나 읽기 독립의 시기가 늦어질까 걱정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함께 책을 읽는 일이 즐거운 일임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해 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하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주세요.

- 약력소개
- 현직 초등교사
- 주요저서
- <듣는 독서로 완성하는 아이의 공부 내공>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
<초등 입학 전 학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