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부를 현명하게 코치하려면 국어와 영어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부의 우선순위부터 잘 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목의 본질’과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함께 고려한 뒤 그 기반 하에 초등 시기 수학 공부의 목표와 방법을 잘 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수학의 본질
수학의 본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논리적 사고력 훈련에 매우 유용한 과목’이라는 점과 ‘문제 해결력 훈련에 매우 유용한 과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계산하는 연습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이 더 중요합니다. 공식을 암기한 다음 그 공식을 적용해 문제를 푸는 연습보다는 공식이 유도된 과정을 탐구하고 이를 활용해 문제 해결 과정을 설명하는 연습이 더 중요한 것이죠. 전자들보다는 후자들이 수학의 본질에 더 가까운 공부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달라진 시험 문제와 입시 제도도 후자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깊게, 그리고 자세히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국어와 영어처럼 수학도 고등학교 때 내신(고등학교 성적)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학 내신도 ‘중간고사 + 기말고사 + 수행평가’ 점수에 의해 결정되며, 수학 중∙기말고사와 수행평가에서는 보통 서술형 문제 비중이 큽니다. 서술형 문제란 단순히 답만 쓰는 문제가 아니라 그 답을 구한 과정을 수식과 글로 서술(설명)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연산을 잘해서는 수학을 잘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수학 실력은 서술형 문제 해결 능력이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죠. 연산은 서술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 일부일 뿐입니다. 연산 능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연산이 수학 실력 자체를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내 아이는 수학적 사고력을 어느 정도까지 길러야 하나?”라는 질문을 꼭 해 봐야 합니다. 이는 수학 공부 목표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질문입니다. 아이에 따라 내신 대비에 집중할 수도 있고, 내신을 넘어 경시대회까지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경시대회에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을 갖추면 좋겠지만, 경시대회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까지 훈련해야 대학 입시에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만약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경시대회 수준이 아니라 내신 준비 수준 정도로 사고력 훈련을 해도 괜찮습니다. 아이의 특성과 진로를 고려하여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학 공부 코치법
초등학교 수학 공부 방법의 핵심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매해 자기 학년에 해당하는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학은 벽돌 쌓기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학년 학습이 부실하면 다음 학년 학습은 더 부실해지고, 몇 년 후에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행 학습도 현재 학년 공부를 제대로 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매해 ‘연산 연습’과 ‘문제 해결력 연습’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이때 비중은 연산은 20% 정도, 문제 해결력 훈련은 80% 정도로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연산 연습만 하고 있다면, 해야 할 수학 공부 중 20%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문제 해결력 훈련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제 시기별 수학 공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초등학교 1~2학년 수학
초등 수학의 영역 중 ‘수와 연산’ 영역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연산만 하면 해야 할 공부의 20%만 하는 것입니다. 연산과 함께 문제 해결력 훈련도 같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내 아이의 타고난 수학 학습 능력과 성향을 파악하고, 수학 공부를 통해 학습 습관 들이기와 학습 능력 기르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서술형 문제 훈련은 ‘쓰기’가 아닌 ‘말하기’로 해 본 다음 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초등학교 3~4학년 수학
초등 수학의 영역 모두를 잘 학습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초등 학습의 시작이 3학년이거든요. 이때 수학 공부의 기초인 ‘개념과 원리 학습 제대로 하기’부터 탄탄히 학습해야 합니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력 훈련도 금방 한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수학 공부 시간을 1~2학년 때보다 좀 더 늘리면서 공부 습관을 들이고, 학습 능력을 탄탄하게 다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후 수학 선행도 가능해집니다.
∎ 초등학교 5~6학년 수학
초등학교 6년 수학 중에서 5학년 수학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고,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5학년 수학을 통해 내 아이의 객관적인 실력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수학 선행을 어디까지 진행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단, 선행 학습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는 선행이 아니라, 아이에게 의미 있는 선행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수학 영재반 또는 수학 올림피아드 도전 여부도 가급적 빠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극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내신 수학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신 수학을 제대로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학을 잘하면 유리합니다. ‘수학 잘하는 아이들이 공부 잘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수학이 매우 중요한 과목입니다. 그런데 수학은 추상 개념으로 논리적 사고를 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게다가 요즘 수학은 문제 해결 과정을 설명하는 능력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빨리’만 강조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학 공부의 핵심은 ‘내 아이에게 맞는 속도와 난이도와 분량으로 수학 공부를 탄탄하게 진행하기’입니다. 이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입니다.
- 약력소개
- 도서출판 행공신 대표
초등학교, 교육청, 신세계아카데미 유아~초등 학습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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