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상급 학교에 진급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일단은 아이가 다니던 기관에서 배워야 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수월하게 취득했고 수료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동시에 상급 학교에서 익혀야 할 것들을 받아들일 몸과 마음의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현재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이며, 반대로 부족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고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소를 학습 영역, 생활 영역, 의사소통 영역으로 나누어 점검해 보고자 합니다.
학습 영역
1. 내 이름을 쓰고 읽을 수 있는가?
1-1. 간단한 통낱말(나비, 가방, 휴지 등)을 읽을 수 있는가?
2. 숫자를 1부터 10까지 읽을 수 있는가?
2-1. 10부터 1까지 거꾸로도 셀 수 있는가?
3. 바르게 필기구를 쥐고, 점과 점을 정확히 곧은 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3-1. 곧은 선, 지그재그 선, 굽은 선 등으로도 가능한가?
4. 외곽선 밖으로 넘어가지 않게 크레파스, 색연필 등의 도구로 채색할 수 있는가?
5. 풀과 가위를 용도에 맞게 제대로 쓸 수 있는가?
생활 영역
1. 아침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스스로 옷을 갈아입기, 세면하기, 잠옷 개어 정리하기 등)을 스스로 할 수 있는가?
2. 내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스스로 가방을 정리할 수 있는가?
2-1. 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지는 않는가?
3. 왼쪽, 오른쪽을 인지하여 왼손과 오른손을 알고 사용할 수 있는가?
4. 내 몸을 청결히 할 줄 알고, 단정한 옷가짐을 유지, 관리할 수 있는가?
5. 식사시간에 스스로 밥을 흘리지 않고 먹고, 정리할 수 있는가?
의사소통 영역
1. 상황에 맞는 적당한 인사말을 나눌 수 있는가?
2. '미안하고/고마운 상황’에 ‘미안하다/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3. 화가 나는 상황에서 내 감정을 적당한 방법으로 다스릴 줄 아는가?
4. 공공기관(공연장, 화장실, 식당 등)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는가?
5. 모든 생명(동식물)의 소중함을 알고 있어,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는가?
학습 영역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필기구를 쥐고 각종 선을 긋는 능력’입니다. 아주 어린아이들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긴 하나, 바르게 필기구를 쥐고 점과 점을 집중해서 잇는 능력은 아이들의 운필력과 직결됩니다. 운필력은 국어시간뿐만 아니라, 저학년에는 꽤 비중이 높은 미술시간에도 유용히 사용되는 능력이므로 바르게 연필을 잡는 습관을 지도해 주시면 아주 좋습니다.
생활 영역에서는 나와 내 물건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습니다. 내 몸, 내 물건을 소중히 여기면 다른 친구들의 몸과 물건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요즘 아이들은 생각보다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아이들에게 곧바로 가르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지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습관 역시 이를 고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의사소통 영역에서는 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을 가장 필수적으로 꼽습니다. 내 의사를 전달할 때에 지나치게 말과 행동이 크다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작다면, 두 경우 모두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이므로 상황에 맞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셔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위 체크리스트에서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그저 야단치고 훈계만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의 목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정에서 채워주어야 하는 부분을 인지하고, 조심스레 메꿔주는 일일뿐입니다. 아이를 평가하고 점수 매겨 ‘누가 누가 더 잘 하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님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너 이렇게 가위질도 제대로 못해서 어떡할래?”, “이렇게 해서 초등학교 갈 수 있겠니?”, “초등학교 가면 너는 선생님한테 엄청나게 혼날 거다. 아마!” 라는 말도 아이에게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고, 아이의 조바심을 자극하는 말은 아이에 따라서는 불안 심리를 더욱 조장할 수도 있고,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와 포기를 선택하게 할 뿐이니까요. 이런 말 대신에 “우리 ○○는 편식도 안 하고, 밥도 깔끔하게 남김없이 잘 먹으니까, 내 물건 잘 챙기는 연습만 좀더 열심히 하면 완벽하겠다!”라는 말은 어떨까요? 먼저 장점을 칭찬해 준 뒤, 아이가 고쳐야할 점을 부드럽게 이야기해 주면 아직은 여리고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테니까요.

- 약력소개
- 현직 초등교사
- 주요저서
- <듣는 독서로 완성하는 아이의 공부 내공>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
<초등 입학 전 학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