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든지 즐겁고 재미있게 해야 가장 효과가 좋다는 말입니다. 또한 무슨 일이든 즐기면서 하지 않으면 잘할 수도 없고 금세 지쳐버리고 싫증이 난다는 뜻입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아무리 열심히 수학을 한다고 해도 수학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수학을 즐기면서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두가 알 법한 소리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수학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수학을 머리로만 하지 말고 활동이나 조작, 놀이를 통해 많이 접해야 합니다. 머리로만 하면 수학처럼 재미없는 과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활동이나 놀이를 통해 배우면 수학만큼 재미있는 과목도 없습니다. 활동이나 놀이를 통해 배우면 개념 원리도 쉽고 확실하게 이해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부모님들이 ‘수학은 엉덩이 붙이고 머리로 하는 과목’이라는 지나친 편견에 사로잡혀 계십니다. 이전에 2학년을 지도할 때 ‘길이재기’라는 단원을 가르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물건 30가지 이상의 길이를 예측한 값과 실제로 잰 값을 적어오는 숙제를 냈습니다. 아마 2학년 아이들이 해결하려면 30분은 족히 걸릴 숙제였습니다. 그 다음날 남자아이 하나가 선생님 때문에 엄마한테 혼났다고 씩씩거렸습니다. 왜 혼났냐고 물으니 자기가 줄자를 가지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길이를 재고 다니는데 엄마가 그만하고 공부 좀 하라고 혼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례입니다. 중고등학교 수학은 엉덩이와 머리로 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초등학교 수학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수학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아이가 1cm, 1m와 같은 길이의 개념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여러 물건의 길이를 재보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런 활동이 충분히 축적되면 길이에 대한 감각이 생기고 길이 개념이 잡힙니다. 길이 감각이 부족한 아이들은 운동장 길이를 어림해 보라고 하면 5m쯤 혹은 10km쯤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150cm는 1m50cm라고 바꿔 표현할 수 있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초등 수학은 가급적이면 머리가 아닌 놀이 활동을 통해 배우는 게 좋습니다. 특히 도형 영역과 측정 영역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가 시계를 배운다면 모형 시계를 손에 들려주고 마음껏 돌려보게 하는 조작 활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아이에게 시계의 원리를 가르치려고 하면 배우는 아이도, 가르치는 부모도 힘듭니다. 수학은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는 과목이라는 인식만 가지게 할 뿐입니다.
‘들은 것은 까먹고, 본 것은 기억하며, 해본 것은 이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수학을 왜 몸으로 배워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은 발달학적으로 볼 때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구체적인 조작활동을 해야 이해를 할 수 있지, 생각만 하는 추상적인 수학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활동과 조작을 통해 아이의 머릿속에 ‘수학은 재미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수학 공부의 절반 이상은 이미 이룬 것입니다.

- 약력소개
- 현직 초등교사
- 주요저서
- <100점 맞는 초등수학 공부법>
<초등 1학년 수학을 잡아야 공부가 잡힌다>
<초등 2학년 평생 공부습관을 완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