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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희
[그림책 교육]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행복할까요?
2021.09.15
조회수 : 549

 

 

‘영원한 삶’이라는 화두를 이야기하기에 딱 좋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사과나무 위의 죽음』입니다.

 

『사과나무 위의 죽음』
카트린 셰러 글·그림, 박선주 옮김, 푸른날개, 2016 

 

 

여우 할아버지에게는 아끼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그 사과나무에 숲속의 온갖 동물들이 찾아와 맛있는 사과를 먹어 치우지요. 어느 날, 할아버지는 족제비를 한 마리 잡게 됩니다. 족제비는 자기를 풀어 달라고 하면서 그 대가로 사과를 훔치러 오는 동물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겠다고 합니다. 여우 할아버지는 족제비의 제안을 수락하고 족제비는 동물들을 나무에 찰싹 달라붙게 만듭니다.


시간이 흘러 여우 할아버지에게 죽음이 찾아옵니다. 여우 할아버지는 죽음에게 사과를 따 달라고 부탁해서 죽음을 나무에 딱 붙여 버립니다. 천년만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만세를 부르며 죽음을 비웃기도 하지요. 마냥 걱정 없이 살던 할아버지에게 뜻밖의 상실이 찾아옵니다. 아내가 죽은 겁니다. 여우 할아버지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죽음에게 따지기도 합니다.


홀로 된 여우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자, 그 손자의 손자가 대를 이어가는 세상에서 외톨이로 살아갑니다. 수많은 계절이 지나도 죽음은 여우 할아버지를 재촉하지 않습니다. 모든 감각을 잃고 거동마저 힘들어진 여우 할아버지는 마침내 죽음을 풀어 줍니다. 둘은 사과를 한 입씩 베어 먹고 서로를 꼭 껴안습니다. 둘이 하나가 된 것 같은 모습입니다. 상대의 깊은 위로가 느껴지는 포옹이 이런 건가 싶을 만큼 뭉클합니다.
  


“여우 할아버지, 오래 사니까 좋으세요? 불행하시죠? 너무 오래 산다는 건 그런 거예요. 죽음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찾아가요. 죽음은 막을 수 없는 법이니까요. 죽음을 반기는 사람은 없지만 평생 안 죽는 사람도 없죠. 죽음을 나무 위에 붙여 놨을 때 왜 죽음이 웃었는지 아세요? 소용없다는 뜻일 거예요. 할아버지가 늦게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에요.”
 
“저는 죽음이 무섭고 싫었어요. 천년만년 살고 싶어 하는 여우 할아버지의 모습이 꼭 제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안타깝네요. 제 생각은 책을 읽기 전과 달라졌어요.”
 
아이들은 여우 할아버지가 죽음을 미루려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충고합니다. 한편 소중한 사람들과 나의 죽음만큼은 오지 않도록 붙잡아 두고 싶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아이도 있죠. 이런 마음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삶의 유한성이 주는 의미
 
아이들은 나무 위에 붙어 버린 죽음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삶이 원래 그대로여야 소중하게 느껴지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감상도 있었지요. 죽음 덕분에 삶이 순리를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죽음은 피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죽음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죽음아, 너는 지구의 심장이야. 사람이 심장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네가 없다면 지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모든 사람이 너를 싫어하지만 너 스스로는 너를 사랑해야 해.”
 
“여우 할아버지는 늦게라도 죽음이 자신의 적이 아니라 친구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에서 상징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여우 할아버지와 죽음이 서로를 껴안는 내용입니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할아버지가 비로소 죽음을 받아들였다는 암시로 읽을 수 있지요. 할아버지와 죽음은 서로를 끌어안기 전에 사과를 함께 베어 무는데요. 다른 동물에게는 허락하지 않았던 사과, 할아버지의 ‘욕심’과 같았던 사과를 죽음에게 내어 주는 모습에서 우리는 누구나 빈손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여우 할아버지가 사과로 죽음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영원’이라는 이름 아래서 의미 없이 지속하는 인생을 죽음이 끝맺어 줬으니까요. 스스로 끝내지 못하는 길고 지루한 일을 누군가 와서 그만해도 된다고 하면 얼마나 홀가분하겠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여우 할아버지가 죽음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상상했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영원한 삶을 살 때에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정한 여우 할아버지처럼 다른 존재와 기꺼이 사과를 나누고, 생생한 감각으로 퍼지는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생에 관한 펄떡이는 감각은 그저 숨만 붙은 채로 존재하는 ‘영원’이라는 시간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는 무기가 됩니다. 죽음을 불길하게 여기는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우리는 그 무기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삶의 시간은 언젠가 저문다는 것을, 그래서 숨 쉬는 ‘지금 여기’의 시간이 소중함을 인식하는 순간이 바로 그 무기입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한 존재이고 그러므로 겸허해질 수 있습니다. 삶 앞에서 고개를 숙일 때 우리는 매일의 감각, 사유, 감정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소중하게 붙잡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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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희
약력소개
- 교사 연수, 웰다잉 지도자 양성 교육 등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강의 다수
- 前 초등 교사
주요저서
<당신은 가고 나는 여기>
<삶의 성찰 - 죽음에게 묻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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